▲ 나노엔텍 장준근 대표가 나노기술과 반도체, 바이오기술을 융합시킨 세포계수기, 유전자 전달기 같은 자사의 진단·실험기기들을 선보이고 있다./나노엔텍 제공대학교수가 벤처기업을 창업하면 교수직과 CEO(최고경영자)를 함께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회사가 잘 안 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하지만 나노엔텍 장준근(42) 대표는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서울대 교수직을 버리는 '배수진'을 친 끝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10년간 연구에 매달려 지난달 말 미국 기업으로부터 1292만달러(약 200억원)를 일시불로 받는 기술 수출을 성사시킨 것이다.

기술 수출에 성공한 제품은 유전자주입기다. 최근 손상된 유전자를 대체하거나 치료용 유전자를 세포에 주입하는 유전자 치료법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 제품은 반도체 제조 기술로 만들어진 미세 통로에서 세포에 전기충격을 줘서 DNA 같은 치료용 유전물질을 집어넣는다. 처음엔 국내에서도 외면했지만 미국 시장에서 인정을 받자 국내로 다시 역수입될 만큼 히트를 치고 있다. 장 대표가 만든 나노엔텍은 이처럼 나노기술과 바이오·반도체 기술이 합쳐진 융·복합 초소형 진단·실험 기기들을 만드는 업체이다.

"대부분 기술 수출은 상품화가 되면 로열티를 받는데,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어 실제 달러를 벌어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이번엔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의 기술을 수출한 것이어서 바로 기술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장 대표는 이 제품의 위탁생산도 맡기로 해 5년 동안 1000억원이 넘는 추가 매출도 보장받았다.

이번에 수출한 기술은 이 회사가 가진 75개 특허 중 두 개에 불과하다. 나노엔텍은 기술을 이전한 제품들 대신 더 앞선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정했다.

실제로 2007년 27억원의 첫 매출을 올릴 때는 유전물질 주입기가 80%를 차지했지만, 작년 65억원 매출에선 그 비중이 20%로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한 방울의 피로 심장질환을 예측하는 장비도 개발, 올 1~2월에만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목표는 200억원이다. 장 대표는 "직원 50여명의 작은 벤처가 정부가 올 초 목표한 경상수지 130억달러의 0.1%를 한 번에 벌었으니 애국(愛國)한 것"이라며 "지금 같은 위기일수록 벤처기업들이 더 많이 나와야 먹고살 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의대 대학원에서 인공장기와 세포공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대학 한 번 안 가본 '토종 박사'이지만 반도체·기계·생명공학을 넘나드는 능력 때문에 바로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