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면 노키아, 모토롤라, 에릭슨, 애플 등 세계의 주요 통신ㆍ전자 기기 업체들 앞에서 우리의 기술을 선보이게 됩니다. 메타-마테리얼과 자성체 분야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술이 적용된 모듈형 표준 안테나를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하게되면 EMW안테나가 세계 통신 안테나 모듈 시장의 최고 기업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선 통신용 안테나분야 최강자인 EMW안테나. 서울 가산동 본사에 있는 류병훈 사장의 집무실에는 비상하는 흰머리 독수리 한마리를 그린 그림이 있다. 그림속 독수리 처럼, EMW안테나의 해외시장을 향한 날개짓이 시작되고 있다.

EMW안테나는 9월초 를 전후해 세계 각국을 돌며 굴지의 통신회사들을 상대로 기술설명회를 연다. 몸이 무거운 통신 전자 기업들이 기술 설명회의 기회를 주는 것은 그만큼 기술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EMW안테나의 무기는 메타-마테리얼과 통신용 자성체 분야다. 메타-마테리얼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신기술이다. 몇년전 러시아의 한 교수가 내놓은 이론을 EMW안테나가 구현시키고 관련 특허를 세계 각국에서 획득했다. 쉽게 말하면, 소재들의 결합을 통해 ‘플레밍의 왼손법칙’같은 전기과학의 기본 법칙이 통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무선통신 안테나 분야에서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안테나는 무선통신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비용의 측면에서는 단말기의 채 5%가 안되는 부분을 차지하지만 기술적으로는 30%가 넘는 영향력을 갖는다. 같은 주파수대를 사용하는 전화기거나, 한 제조사의 제품이라도 모델별로 안테나는 각각 다르다. 내부 기판의 형태, 저항의 위치, 휴대전화의 재질등에 따라 제품별로 안테나를 복잡하게 튜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메타 기술을 통해 안테나를 표준 모듈화 할 경우 이러한 과정이 사라진다. 단말기제조 업체측에서 보면 비용 절감과 동시에 보다 유연하게 다양한 제품을 생산 해낼 수 있다.
통신용 자성체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있다. 그렇다보니 듀퐁, WASP 같은 세계적인 소재회사들로 부터 수시로 공동개발이나 기술 이전 제의가 들어온다.

이런 기술들은 무선통신이 더욱 발전할 수록 더 다양하게 쓰여질 수 있다. 기존의 전화기는 물론 TV, 각종 가전제품 등 흔히 말하는 홈 네트워킹 시스템을 구현할 때 첨단 안테나 기술은 필수다.
LG전자의 안테나 공급 기업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EMW안테나에 시장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EMW안테나의 ‘밝은 미래’뒤에는 지난 3년간의 혹독한 시련기가 있었다.
시장의 관심속에 2005년 11월 말 일 증시에 입성했지만, 불과 상장 1달만에 당시 매출의 절반가까이를 차지하던 국내 대기업 한 곳으로 부터 납품 계약 종료 통지를 받았다. 철썩 같이 믿고 있던 거래선이 끊기면서 주가와 매출이 같이 고꾸라 졌다.

국내 대기업들의 품안에서만 안주하고 있어선 회사의 발전과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 임직원이 통감하면서 EMW안테나의 미래는 변하기 시작했다. 연구원들은 불철주야하면서 첨단 기술을 내놓기 시작했고 일본에서 공부한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영업맨들은 일본기업들의 높은 문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그 노력의 결과가 올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 580억원 가운데 170억원 가까이는 일본의 통신회사 3곳에서 발생한다. 한 번 인정하고 거래를 트면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는 일본 기업의 특성상 향후 매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내년부터는 일본의 한 셋톱박스 업체와도 거래를 시작한다. 최근에는 거래가 끊겼던 국내 대기업으로 부터 다시 러브콜도 들어온다.

류 사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EMW안테나를 대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매출 규모로는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코스닥 기업들이 몇몇 있지만 기술수준이나 기업의 위상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하청업체에 불과한 기업들이 많다. 기술적으로 앞서고 시장을 선도하는 의미의 대기업을 만들고 싶다”

류 사장은 스스로를 보수적인 엔지니어라고 표현했다. 인터뷰 중에도 확실하지 않거나 자신없는 것에 단언하는 것을 꺼렸다. 매년 150억원씩의 잉여금을 남겨두는 것도 그러한 까닭에서다. “주가 관리에는 영 재주가 없다”는 류사장은 “어려운 시기에 믿고 기다려준 주주들과 시장에 항상 미안한 맘이 있다”면서 지난 몇 년과 같이 주식배당을 통해서라도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릴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자금 부담이 없는 만큼 당장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증자도 검토하고 있으며, 제품 개발과 관련한 업체들에 대한 인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